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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스페인⑶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에서 뽈뽀(PulPo) 먹기긴 여행 2022. 11. 20. 22:26
전날 긴 비행으로 정신없이 잠들었다가 늦은 아침 눈을 떴다. 오늘은 특별한 목적지 없이 시내 중심가를 돌아보기로 했다. 호스텔에서 조금 걸어 나오자 이국적인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리에는 오래된 유럽풍 건축물들이 빼곡히 늘어섰고, 노란 머리의 커다란 서양인들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어제까지도 당연하게 내뱉던 한국말이 어색한 영어로 대체됐고, 그때마다 내가 이방인임을 실감했다.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것처럼 공기는 뜨거웠다.
‘시민의 영원한 산책로’라고 불리는 람블라스 거리를 지나 보케리아 시장(Mercat de la Boqueria)으로 향했다. 가장 생생한 지역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시장만한 곳이 없다. 산 호셉(St. Josep) 시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보케리아는 현지인보다는 관광객들이 훨씬 많이 몰리는 곳이다. 역시나 시장 입구부터 인파가 북적였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생과일주스, 하몽, 소시지, 올리브처럼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들이 주로 판매되고 있었다. 소금에 절인 돼지다리를 바로바로 잘라 팔기도 하고, 수십 종의 올리브를 반찬처럼 내놓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떠밀리며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워낙 혼밥을 쑥스러워하는 나지만,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도전은 해봐야지! 굳은 의지를 다지며 시장 안에 있는 타파스바를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딱 한 자리, 비어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가서 쓱 앉았다. 메뉴판은 봐도 잘 모르겠고, 그냥 이건 꼭 먹어봐야지 생각했던 문어요리, 뽈뽀(PulPo)가 있어서 주문했다. 가격은 17유로로 한화 2만 3천 원 정도였다. 싼값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하루 한두 끼 먹을 거니까 그냥 쓰자 싶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을 바라봤다. 북적이는 시장통에서 상인들은 웃고 떠들며 손님들과 흥정했다. 요리사들은 프라이팬에서 야채를 볶으며 땀을 흘렸고, 종업원들은 손가락에 접시를 세 개씩 끼워가며 음식을 날랐다. 노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정작 노동의 굴레에 시달릴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삶의 빛깔이었다. 그래 그랬지. 일상을 살아간다는 게 저토록 멋지고 근사한 일이었지. 기다림 끝에 나온 뽈뽀는 기대만큼 맛있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의 풍경을 마음에 담고 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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