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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LA스페인⑸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ㅡ 집을 짓는 일에 대하여
    긴 여행 2022. 12. 28. 22:40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대표적인 건축물인 까사 바트요(왼쪽)와 까사 밀라(오른쪽).

     

    위대한 천재 건축가라고 세계적인 칭송을 받는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는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다. 한국에서 글이나 영상으로 접했던 것보다 현지에서 마주한 가우디는 더 지배적인 힘으로 바르셀로나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마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어서, 굳이 지도를 보지 않아도 찾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한 건축가의 발자취와 작품들이 이렇게 강력한 문화적 자산으로 남았다니 놀랍고 조금은 생소했다.

    가우디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어서 바르셀로나 여행 3일차에 투어를 신청했다. 아침 8시 카사 바트요(Casa Batlló) 앞에서 시작하는 일정이었는데,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도착했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끼리끼리였다. 나 홀로 여행자들은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잠시나마 벗이 되어주었다. 수신기를 착용하고 설명을 꼼꼼히 들으며 카사 바트요에 이어 카사 밀라를 둘러봤다.

     

    가우디의 역작으로 꼽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대성당은 140년이 넘도록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역으로 이동했다. 140년이 넘도록 공사 중인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여성스럽다는 것이었다. 선이 굵고 웅장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멀리서 보니 극도로 섬세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자 벽면을 화려하게 수놓은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과 동물과 꽃의 형상이 촘촘하게 외벽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아름답다는 느낌보다는 경이롭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설계도 설계지만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뛰어난 건설 기술자들이 치열하게 머리를 맞댔을까.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감탄하며 실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오색빛깔로 반짝이고 있었다. 천장까지 높게 뻗어있는 하얀 기둥은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실내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은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지하에는 공사 작업실과 함께 대성당의 건축 역사를 담은 박물관이 마련돼 있었다. 

     

     

    대성당에 인생을 바친 가우디의 유해 또한 지하 예배당에 안치돼 있다. 신앙이 부족함을 속죄하는 의미로 짓기 시작했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가우디는 생의 마지막까지 성당 지하의 작은 방에서 살면서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런데 가우디 숭고한 뜻과는 무관하게, 대성당은 상업화된 느낌이 들어 씁쓸하기도 했다. 비싼 입장료를 받는 관광객들의 성지, 이곳에 과연 고통 받는 약자들이 찾아와 쉬어갈 수 있을까? 신은 이것을 원했을까?

     

     

    가우디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보니 하루가 훌쩍 지났다. 대성당에서 나오니 한 할머니가 그림을 팔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꽃처럼 활짝 웃으셨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집을 짓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사실 우리 모두가 가우디처럼 집을 짓고 있을게 아닐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마다 정성껏 짓고 있는 나의 집. 겉과 속을 튼튼하게 설계하고, 어딘가 부서지면 복구하고, 아름답게 확장해가는 나라는 집.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완공될, 언제나 미완의 집.

    해질녘 나의 집에도 스테인드글라스의 오색빛깔 내리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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