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
-
HOLA스페인⑼ 평온한 바르셀로나 대성당 ㅡ 버스킹과 츄레리아긴 여행 2023. 1. 10. 21:33
바르셀로나 고딕지구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바르셀로나 대성당. 늦여름 햇살이 잔잔하게 비추는 대성당은 평화롭고 포근했다. 근처의 유명한 맛집 츄레리아(XURRERIA)에서 츄러스를 사들고 나는 대성당의 어느 돌계단에 주저앉았다. 며칠째 걷느라 지쳐있던 탓인지 달콤한 핫초코에 츄러스를 찍어 먹자 안도의 숨이 세어 나왔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저 여행자는 지구별 어디에서 왔을까. 저 할아버지는 어떤 모양의 세월을 지나왔을까. 저기 저 나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어줬을까.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성당 ㅡ 낮의 버스킹.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쯤 어느 용감한 음악가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그녀의 얼굴은 노래가 시작되자 차즘 여유를 되찾..
-
HOLA스페인⑻ 몬세라트 수도원 가을 산책 ㅡ 노부부의 추억긴 여행 2023. 1. 3. 17:56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몬세라트(Montserrat)에 올랐다. 아직 무더운 바르셀로나와 달리 해발 1235m에 위치한 몬세라트는 가을빛에 붉게 물들고 있었다. 바위가 쏟아질 듯한 웅장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자 카탈루냐 최고의 성지, 몬세라트 수도원이 보였다. 검은 성모 마리아상과 소년 합창단으로 유명한 이곳은 언제나 순례자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투어라이브에서 구입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여유롭게 수도원을 둘러봤다.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에 작은 빨간 방이 있었는데, 바로 기도방이었다. 저마다 사연을 담은 물건을 모셔두며 소원을 비는 공간이다. 방에는 드레스와 사진, 편지나 꽃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이 물건들을 보면서 다른 순례자들이 함께 기도를 해주기도 한단다. 대성당을 둘러보다가 ..
-
HOLA스페인⑺ 산츠역 훌리아버스(julia bus) 타고 몬세라트 직행긴 여행 2023. 1. 3. 09:49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4일차의 목적지는 근교의 몬세라트(Montserrat)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지하철과 기차와 푸니쿨라(산악열차)까지 타야 한다는데, 도통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낸 훌리아버스(julia bus) 탑승에 도전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몬세라트 직행 버스인데다 가격도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호스텔에서 아침 7시에 일어나 바르셀로나 산츠(Sants)역으로 향했다. 버스터미널의 정확한 위치도 몰라 긴가민가한 상태였다. 하루에 왕복 1대만 운행한다는데, 놓치면 어쩌나 초조했다. 산츠역에 도착해 구글맵에 'Eurolines'를 치고 걸어가니까 작은 버스터미널이 보였다. 버스라고는 딱 한 대뿐이었는데, 내가 찾던 그 버스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관광객들이 줄을 길게 ..
-
HOLA스페인⑹ 바르셀로나 한인마트 이식품 ㅡ 나를 살린 컵라면긴 여행 2023. 1. 2. 18:39
나의 입맛은 어릴 때부터 토종 그 자체였다. 돈가스를 먹을 때도 김치가 필수였고,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안 돼서 피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사회생활을 하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양식을 먹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고, 심지어 파스타와 피자가 당기는 날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번 스페인 여행으로 나는 확실히 깨닫게 됐다. 우리 것이 최고라는 신토불이의 진리를. 바르셀로나에 도착한지 불과 3일 만의 일이다. 가우디 투어를 마치고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에서 호스텔로 향하고 있었는데, 배가 고파서 쓰러질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으로 나온 스파게티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이미 밀가루에 질려버렸다. 소심한 성격 탓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식당에도 잘 들어가지 ..
-
HOLA스페인⑸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ㅡ 집을 짓는 일에 대하여긴 여행 2022. 12. 28. 22:40
위대한 천재 건축가라고 세계적인 칭송을 받는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는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다. 한국에서 글이나 영상으로 접했던 것보다 현지에서 마주한 가우디는 더 지배적인 힘으로 바르셀로나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마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어서, 굳이 지도를 보지 않아도 찾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한 건축가의 발자취와 작품들이 이렇게 강력한 문화적 자산으로 남았다니 놀랍고 조금은 생소했다. 가우디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어서 바르셀로나 여행 3일차에 투어를 신청했다. 아침 8시 카사 바트요(Casa Batlló) 앞에서 시작하는 일정이었는데,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도착했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끼리끼리였다. 나..
-
HOLA스페인⑷ 카탈루냐 음악당에 오르간이 울려퍼지면긴 여행 2022. 12. 8. 15:53
오래된 것은 세월만큼 깊은 향기를 지닌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카탈루냐 음악당(Palau de la musica catalana)’에 향기가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그윽한 장미의 향기일 것이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구시가지에 다다랐다. 중세의 흔적이 남아있는 오래된 거리에는 카탈루냐 음악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름다운 조각들이 외관을 수놓은 이 건물은 건축가이자 정치가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가 설계했다. 건물의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곳이다. 입구로 들어서니 바르셀로나의 다른 관광지와는 달리 조금 한산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준비돼 있어서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음악당 내부를 차분..
-
HOLA스페인⑶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에서 뽈뽀(PulPo) 먹기긴 여행 2022. 11. 20. 22:26
전날 긴 비행으로 정신없이 잠들었다가 늦은 아침 눈을 떴다. 오늘은 특별한 목적지 없이 시내 중심가를 돌아보기로 했다. 호스텔에서 조금 걸어 나오자 이국적인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리에는 오래된 유럽풍 건축물들이 빼곡히 늘어섰고, 노란 머리의 커다란 서양인들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어제까지도 당연하게 내뱉던 한국말이 어색한 영어로 대체됐고, 그때마다 내가 이방인임을 실감했다.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것처럼 공기는 뜨거웠다. ‘시민의 영원한 산책로’라고 불리는 람블라스 거리를 지나 보케리아 시장(Mercat de la Boqueria)으로 향했다. 가장 생생한 지역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시장만한 곳이 없다. 산 호셉(St. Josep) 시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보케리아는 현지인보다는 관광객들이 훨씬 ..
-
HOLA스페인⑵ 모두가 잠든 호스텔에 들어가는 일 # 심야 체크인긴 여행 2022. 11. 16. 21:10
긴 비행을 마치고 밤 11시쯤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에 도착했다. 기내에서 잠을 거의 못 자서 눈이 충혈되고 정신이 몽롱했다. 빠르게 수하물을 찾고 시내로 나가는 공항버스(Aerobus)에 탑승했다. 종점인 카탈루냐 광장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광장에서 첫 번째 숙소인 로다몬 호스텔(Rodamon Hostel)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다. 더 늦기 전에 체크인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택시비로 7유로가 나왔고 무사히 호스텔에 도착했다. 리셉션이 24시간 운영되고 있어 체크인은 수월했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다. 여성 전용 6인실의 침대 2층을 배정받았는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곤히 자고 있었다... 혹시나 누가 잠에서 깰까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조심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