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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A스페인⑻ 몬세라트 수도원 가을 산책 ㅡ 노부부의 추억긴 여행 2023. 1. 3. 17:56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몬세라트(Montserrat)에 올랐다. 아직 무더운 바르셀로나와 달리 해발 1235m에 위치한 몬세라트는 가을빛에 붉게 물들고 있었다. 바위가 쏟아질 듯한 웅장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자 카탈루냐 최고의 성지, 몬세라트 수도원이 보였다. 검은 성모 마리아상과 소년 합창단으로 유명한 이곳은 언제나 순례자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투어라이브에서 구입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여유롭게 수도원을 둘러봤다.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에 작은 빨간 방이 있었는데, 바로 기도방이었다. 저마다 사연을 담은 물건을 모셔두며 소원을 비는 공간이다. 방에는 드레스와 사진, 편지나 꽃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이 물건들을 보면서 다른 순례자들이 함께 기도를 해주기도 한단다.
대성당을 둘러보다가 운 좋게 에스꼴라니아 소년 합창단의 공연도 관람했다. 그런데 이 천사의 목소리보다 내 마음을 울린 건 어느 노부부였다. 머리가 반은 벗겨진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함께 합창을 들었다. 부부는 손을 꽉 잡고 있었는데, 공연 내내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모두가 합창단을 보는데, 부부는 서로를 보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세상에 기적이 있다면 저런 게 아닐까. 삶의 황혼기에 함께 저물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슴 절절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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